My Queen – 2018 월간 윤종신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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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20180404

하늘이 맑다.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닌데, 미세먼지가 금세 걷혔다. 그동안 눈앞에 뭐가 낀 것 같이 뿌옇게 보이던 사물이 오랜만에 제 빛깔과 형태를 드러냈다. 비로소 개운한 봄이 왔다.

학교를 일찍 마친 하윤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춘천, 양수리, 혹은 그보다 더 멀리 가고 싶었지만, 결국은 현실적으로 타협을 했다. 블뤼테에 왔다.

하윤이는 엄마가 내준 문제집 숙제와 게임을 번갈아 했고, 나는 맞은 편에 앉아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여름일기 – 이해인

1.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웃음
잃게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습니다.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고 싶어
시원한 그늘 떠날 줄을 모릅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주시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2.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3.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먹습니다

입 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나는 어느새 눈을 감고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이해인 시, <여름 일기>

다시 사월

20170407

당인리 발전소 앞엔 벚꽃이 제법 피었다. 이번 주말 즈음이면 만개한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할 기세다.

역시 내 취향에는 상수동 벚꽃이다. 나즈막한 연립주택단지에 녹아든 풍경에선, 도로에 빽빽히 심겨진 여의도 벚꽃에서 느낄 수 없는 운치가 있다. 소담스러운 벚꽃을 올려다 보며 골목을 걸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커피발전소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