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오후 네 시

이태원.

오랜만에 육교를 건넜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발 밑으로 지나가는 차를 잠시 구경했다. 이제 얼마 후면 이런 육교도 찾아보기 어렵겠지. 육교 위에서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두어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발 밑으로 지나가는 차를 잠시 구경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발 밑으로 지나가는 차를 잠시 구경했다.

중앙차로를 탄 150번 버스처럼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와, 7월이네’ 했다가 ‘어, 벌써 7월6일이네’가 되었다. 태양은 오늘도 이글거렸다.

이태원 골목을 둘러 걸었다. 역시 월요일 오전이라 평소보다 한산했다. 땀이 밸 정도로 걸었지만,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진 못했다. 명종이가 생일선물로 보낸 기프티콘을 사용할 겸, 이례적으로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엇?! 가방을 여는데 노트북 말고도 뭔가 손에 집힌다. 어제 하윤이가 내 가방에 맡겨둔 파워레인저였다.

하윤이가 넣어둔 파워레인저. 일하다가 심심하면 나도 한번?
하윤이가 넣어둔 파워레인저. 일하다가 심심하면 나도 한번?

하윤이는 잘 버티고 있으려나. 오늘도 하윤이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지난 주에 하루 빠졌으니 오늘은 가야한다고 타일러 보냈으나 나도 마음이 불편했다. 어느새 이녀석도 하기 싫은 걸 해야하는 나이가 된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다.

사는게 나른하고 지루한 오후 4시 같다고 느껴졌다.

댓글 남기기